💡 이 글에서 다루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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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 (DMA 그래프 읽기 ① : 왜 연구원들은 DMA를 가장 신뢰할까?)에서는 DMA(Dynamic Mechanical Analysis)가 재료의 기계적 물성 변화를 측정하는 장비라는 이야기를 했다. DMA 결과에는 여러 개의 그래프가 함께 나타난다. 그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Tan δ이지만, 실제 개발 현장에서는 먼저 살펴보는 그래프가 따로 있는 경우도 많다. 바로 Storage Modulus(저장 탄성률)이다. Storage Modulus는 재료가 외부의 힘을 얼마나 탄성적으로 버틸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으로, 온도 변화에 따라 강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Storage Modulus
DMA에서는 시편에 매우 작은 진동 하중을 반복적으로 가한다. 이때 재료가 받은 에너지를 그대로 저장하며 탄성적으로 반응하는 성분을 Storage Modulus(E')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재료가 얼마나 단단하게 버티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값이다. Storage Modulus가 높을수록 재료는 단단하고 변형이 적으며, 낮아질수록 부드러워지고 쉽게 변형된다.

전형적인 DMA 그래프를 보면 낮은 온도에서는 Storage Modulus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 구간은 재료가 충분한 강성을 유지하는 Glassy Region이다. 하지만 온도가 올라가면 어느 순간부터 Storage Modulus가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한다. 이 변화는 단순히 숫자가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재료 내부의 분자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강성을 잃기 시작했다는 신호이다. 그래서 많은 연구원들은 Tan δ Peak보다 먼저 Storage Modulus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지점을 유심히 살펴본다.
기계 구조용 접착제 설계 시, 연구원들이 Tan δ Peak 온도보다 Storage Modulus의 Onset 온도를 실질적 내열 한계선으로 잡는 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Tan δ Peak는 주쇄의 세그먼트 운동성(Segmental motion)이 가장 활발한 '전이의 중간 지점'을 의미하는 반면, Storage Modulus의 Onset Point는 재료의 기계적 하중 지지 능력이 붕괴하기 시작하는 초기 지점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율 및 Safety margin이 중요한 구조용 접착제 응용 분야에서는 Tan δ Peak 온도를 사용 한계로 설정할 경우, 이미 재료의 강성(Rigidity)이 많이 떨어진 상태이므로 신뢰성 파손을 초래할 수 있다.
왜 감소하는 속도가 중요할까?
같은 Tg를 가진 두 에폭시라도 온도에 따른 Storage Modulus의 낙폭 기울기의 양상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어떤 에폭시는 천천히 감소하고, 어떤 에폭시는 매우 짧은 온도 구간에서 급격히 떨어진다. 이 차이는 실제 사용 환경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완만하게 감소하는 재료는 온도가 변해도 비교적 안정적인 거동을 보이는 반면, 급격하게 감소하는 재료는 특정 온도를 지나면서 강성을 빠르게 잃을 가능성이 있다.
Storage Modulus 곡선의 낙폭 기울기는 고분자 네트워크의 불균일성 및 다분산성과 밀접하다. 경화 네트워크가 매우 단일하고 균일하게 형성된 에폭시계 수지는 전이 구간에서 Storage Modulus가 매우 가파른 경사(Sharp drop)를 그리며 떨어진다. 반면, 에폭시 배합 내에 상분리(Phase separation)가 존재하거나, 가교 밀도 분포가 넓은 경우에는 전이 구간의 기울기가 완만해진다. 이는 온도 상승에 따라 분자쇄들이 일시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영역별로 순차적으로 운동성을 얻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울기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수지 내부의 미세 가교 구조가 얼마나 균일하게 형성되었는지 추정할 수 있다.
High-Tg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실제로 고객과 개발을 진행하다 보면
"가능하면 Tg가 높은 제품으로 만들어 주세요."
라는 요청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물론 높은 Tg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조금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정작 왜 High-Tg가 필요한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대부분은
"고온에서 사용하니까 Tg가 높아야 한다."
정도의 이유였다. 하지만 개발자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Tg라는 숫자 자체가 아니라, 실제 사용 온도에서 재료가 얼마나 강성을 유지하는가가 중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 환경이 80℃라면, Tg가 120℃인 제품이라고 해서 반드시 적합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반대로 Tg가 조금 낮더라도 사용 온도에서 충분한 Storage Modulus를 유지하고, 요구되는 기계적 안정성을 만족한다면 실제 적용에는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다. 개발자가 확인하는 것은 최고 Tg가 아니라,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거동이다.
그래프는 반드시 비교해서 읽는다.
Storage Modulus 그래프 역시 하나만 보고 판단하지 않았다. 배합비를 변경하거나, 필러를 추가하거나, 경화 조건을 바꾸면 곡선의 모양도 함께 달라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새로운 그래프를 얻을 때마다 기존 그래프와 겹쳐 놓고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 감소가 시작되는 온도는 달라졌는가?
- 감소 속도는 더 완만해졌는가?
- 사용 온도에서 강성이 얼마나 유지되는가?
이러한 비교를 통해 재료의 개선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Storage Modulus는 단순히 강성을 나타내는 숫자가 아니다. 그래프 하나만으로도
- 강성을 유지하는 온도 범위,
- 기계적 안정성,
- 온도 변화에 대한 민감도,
등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그래서 DMA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Tan δ보다 먼저 Storage Modulus 그래프를 읽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배합에 따른 Storage Modulus의 변화
이를 에폭시 배합 Formulation과 연관지어 생각해 보면, 주요 성분의 변경은 Storage Modulus 곡선의 각기 다른 위치에 영향을 미친다. 아래의 그래프와 같이, 구형 실리카와 같은 무기 필러(Inorganic filler)를 증량하면 고분자 매트릭스의 변형을 구속하므로 Glassy 영역과 Rubbery 영역 전체의 E' 절대값을 수직으로 상향 이동시킨다. 반면, 경화제 당량비를 조절하여 가교밀도를 높이는 작업은 Glassy 영역의 탄성률에는 미미한 영향을 주지만, Rubbery Plateau 영역의 E'의 절대 높이를 상승시키고 Onset 온도를 고온 영역으로 shift시킨다. 또한, 가소제 첨가나 미경화의 경우, 주쇄의 운동성을 촉진하거나 유효 가교점을 감소시키므로 Onset 온도를 낮추고 곡선 기울기를 완만하게 한다. 이처럼 곡선이 변형된 양상을 정밀하게 해석함으로써 배합 변경이 단순 물리적 충전 효과인지, 아니면 화학적 네트워크 구조의 변화인지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

Storage Modulus가 재료가 얼마나 버티는지를 보여준다면, Tan δ는 재료가 에너지를 어떻게 소모하는지를 보여준다. 다음 글 (DMA 그래프 읽기 ③ : Tan δ Peak는 어떻게 해석할까?)에서는 Tan δ Peak의 위치뿐 아니라 높이와 폭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왜 연구원들은 Peak의 모양까지 함께 살펴보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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